살다가 느낀 점 40) 세상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전문가 집단
- Top Headline
- 스포츠
세상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전문가 집단은 누구일까? 내가 보기엔 이 집단은 욕을 먹을 뿐 아니라 툭하면 일반인들에게 간섭당하기 일쑤다. 그들은 바로 스포츠 전문가들이다.
세상에는 많은 전문직종들이 있다. 해당 분야에 관한 특별한 전문지식, 자격증, 노하우 등이 있어야지만 그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보통 일반인들에게는 선망의 대상 내지 존중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의사를 예로 들어보자. 환자가 자기 질병에 대한 지식이 많다고 하더라도 주치의의 말을 귀담아 듣고 그대로 따라한다. 의사니까, 의학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으니까 일단 믿는 것이다. 의사가 수술할 때 “이렇게 하지 마시고 저렇게 해주세요”라고 참견하는 환자는 거의 없다. 그냥 맡긴다. 의사는 전문가니까 그렇다.
회계사도 마찬가지다. 회계사가 감사나 세무, 경영 자문을 할 때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서 간섭받는 일은 거의 없다. 자신의 자격증과 전문지식에 근거해서 일을 뚝딱 처리하면 그만이다. 회계사에게 회계사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일을 의뢰하는 사람들은 사사건건 시비 걸지 않는다. 알아서 잘 할거라고 생각하고 믿고 맡긴다. 회계사도 의사와 마찬가지로 전문가니까 그렇다.
다른 전문가들도 대부분 이렇다. 일반인들은 그 분야를 잘 모르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간섭하는 일이 별로 없다. 사회적 명예도 있기 때문에 비록 어쩌다가 비판을 좀 받을지언정 시도 때도 없이 비전문가들에게 욕을 먹지는 않는다.
하지만 스포츠 전문가들을 생각해보자. 이들은 분명 누구 못지 않은 전문가들이다. 평생을 운동만 해 온 사람들도 부지기수며, 해당 스포츠 분야에서 석박사 학위까지 갖고 있는 사람들도 흔하다. 전문가가 되기 위한 정식적인 연수를 받고,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한다. 심지어 프로 스포츠 구단에는 특정한 업무를 담당하는 교수들까지 있다.
그런데 이들은 시종일관 욕만 먹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도 비전문가인 일반 팬들에게서. 스포츠 감독들 중에 욕을 안 먹는 사람들은 한 명도 없다. 아무리 명장이라도 한 경기 삐끗하면 쏟아지는 질타를 감내해야 한다. 욕만 먹는 게 아니다. 비전문가들에게서 간섭을 거의 받지 않는 다른 전문가들과 달리 스포츠 전문가들은 끊임없는 팬들의 훈수와 간섭에 시달린다. 요즘은 스포츠 전문가들이 팬여론의 동향이나 눈치에 워낙 민감하다 보니 자기들의 뜻과 달라도 팬여론대로 움직이는 경우도 많다.
그런 점에서 스포츠 전문가집단은 국민의 여론에 민감한 정치인들과 닮았다. 두 집단 사이의 공통점은 불특정다수의 감시와 견제를 받는다는 데 있다. 프로 스포츠는 팬이 없으면 존재 의미가 없다. 경기장에 와서 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프로 스포츠는 무의미한 육체노동에 불과하다. 팬이 있기 때문에 전문가가 비전문가의 간섭을 받고, 욕을 먹는 아이러니가 펼쳐진다. 스포츠 전문가들의 숙명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