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의 전기 다룬 책 제목은 왜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일까?
Posted by 김만기 기자([email protected]) on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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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지난 15일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가 흥행몰이를 하면서 영화의 원작인 카이 버드와 마틴 셔윈의 오펜하이머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도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오펜하이머는 독일의 나치가 원자폭탄 개발에 먼저 성공해선 안 된다는 절박함으로 맨해튼 프로젝트에 뛰어든다. 영화는 전쟁의 마침표를 찍기 위해 ‘파괴의 신’이 되어야 했던 한 과학자의 내적 고뇌를 심도있게 그렸다.
신들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는 인류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 줬지만, 그 죄로 산 채로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뜯기는 영원한 고통에 시달리게 된 그리스 신화 속 영웅이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전기를 다룬 책의 제목이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인 것도 이 때문이다. 오펜하이머는 누군가에게는 구원자로, 누군가에게는 죽음의 신으로 불리며 환호와 비난을 동시에 받는다. 그가 성공시킨 원자폭탄은 20만 명의 피폭 사망자를 낳으며 일본의 패전을 앞당겼다. 그렇게 2차 세계대전 종지부를 찍었을 때 오펜하이머는 탄식했다.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핵폭탄을 인류에 안긴 오펜하이머는 매카시즘의 광풍이 부는 미국에서 정치적 공격으로 고통받았다. 여기에 수십만 명을 죽인 무기를 개발했다는 죄책감도 그를 괴롭혔다. 오펜하이머는 프로메테우스처럼 수모의 과정과 고통을 홀로 담담하게 견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