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린 前 외신 주한기자클럽 회장 曰 “박근혜 전 대통령 혐의 중 증명된 것 하나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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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볼 때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 중 증명된 것은 하나도 없다”
마이클 브린 전(前) 주한 외신기자클럽 회장은 지난 15일 조선닷컴과 가진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문제점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의 부당함을 예리하게 지적했다.
브린은 1982년 한국으로 들어와 서울에서 37년간 거주하고 있는 한국통으로서 최근 <한국, 한국인>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 과거 <가디언>, <더 타임스> 등 유수의 언론사에서 한국과 북한 담당 기자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외신기자의 시각으로 한국의 정치와 사회, 경제, 역사, 문화 등을 심층적으로 파헤쳤다. 브린은 역사가 짧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더 성숙해지려면 대중의 정서가 아닌 법을 중시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법치주의야말로 민주주의의 올바른 성장을 지탱하는 기반이라고 했다.
브린이 한국 민주주의의 건강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기 시작한 계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과정을 지켜보면수다. 특히 책의 4부 ‘한국사회와 민주주의’중 한 구절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거리 시위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형태의 민주주의에 강력하게 맞설 만한 위치에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국민 정서에 힘입어 일거에 청와대의 주인이 되었을 뿐 아니라 독재에 저항하면서 최루가스 속에서 성장한 세대에 속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브린은 이에 대해 “이 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민주주의가 민심에 기반한다는 아주 강한 믿음”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에서는 어떤 쟁점에 대한 대중의 정서가 특정한 임계질량에 이르면 앞으로 뛰쳐나와 모든 의사결정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야수로 변모한다. 한국인들은 이 야수를 민심이라 부른다”고 분석했다.
그는 “수백만 명이 거리에 쏟아져 나와 시위했고 시스템은 그에 응답했다. 공화국이란 제도에 의한 통치를 뜻하는데 한국식 사고에서는 민중이 통치자다. 그건 혼돈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민심에 의해 살해당했다. 민심이라는 아이디어는 굉장이 위험하다”고 적었다.
브린은 또한 박 전 대통령의 형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스위스 은행에 수십억달러가 있거나 청와대에 시체가 숨겨져 있다면 30년 넘게 감옥에 가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나는 박 전 대통령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고 고백했다. 이어 “나 뿐 아니라 외교관 등 수많은 한국 거주 외국인이 아리송해했다. 내가 볼 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 중 증명된 것은 하나도 없다. 사람들이 나더러 박근혜 지지자라고 하는데 나는 정의(justice)의 지지자일 뿐이다. 내가 만일 판사라면 거리에 수백만 명이 나오든 말든 상관없이 내 할 일을 하겠다. 이런 식이라면 현 대통령 또한 어떤 시점에 민심이 발현하면 탄핵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물론 박근혜에게 무언가 잘못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면서도 “중요한 점은 그려나 탄핵되었을 때 아무것도 확실하게 입증된 것이 없었다는 것이다. 100일의 특검 수사는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브린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이 경제공동체로서 국정농단을 합작했다”고 한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도 “한술 더 떠서 검찰은 박근혜의 유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그녀와 친구인 최순실을 일종의 부부와 같은 경제공동체로 간주할 수 있다는 새로운 법적 개념을 제시했다. 달리 말하자면 한 사람이 이익을 보면 나머지 사람도 이익을 보고, 한 사람이 잘못을 저지르면 다른 사람도 유죄라는 것이다. 정의란 ‘의견이 다른 사람에게도 공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와 같은 아이디어는 대단히 불쾌한 것이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공공의 정서는 사소한 세부사항에는 관심이 없다. 일단 야수가 밖으로 나온 후에는 당국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여 그녀를 제거할 수밖에 없었으며, 또한 그렇게 했다”며 “그녀가 5년 형을 받든 또는 무죄 방면이 되든 공공의 정서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공공이 정서는 이미 (박근혜 탄핵이라는) 응답을 받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