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5·24조치 해제 제동 “우리 승인 없이 그렇게 못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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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강경화 외교장관의 “5.24 조치 해제 검토” 발언에 대해 “한국은 우리의 승인 없이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달 평양정상회담 이후 나온 남북군사합의에 대해 강경화 장관에게 “도대체 무슨 생각이냐”고 분노를 표출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까지 한국의 독자 제재 완화 움직임에 브레이크를 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한국 정부의 대북제재 해제 검토에 관해 기자들이 질문하자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고 답했다.
5.24조치는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한 지 두달 뒤 한국 정부가 단행한 독자 대북제재다. 개성공단을 제외한 방북 불허, 북한 선박의 남측 해역 운항 불허, 남북교역 중단, 대북 신규투자 금지, 대북 지원사업의 원칙적 보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1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5.24조치를 해제할 용의가 있느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질문에 “관계부처와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가 다른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후퇴한 바 있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완화는 비핵화를 뒤따르게 될 것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매우 분명히 강조해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이 6.12 미북 싱가포르 회담 때 비핵화에 합의했다고 말한 뒤 “우리는 매우 중대한 제재들을 유지하고 있다”며 “나는 제재를 해제하고 싶다. 하지만 그러려면 우리는 무언가를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일로 대북 문제와 관련해 한미간 균열이 생겼다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동안 미국 조야에서는 남북 간 해빙속도가 미북 간 비핵화 협상 속도를 앞질러 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미 국무부는 이날 대북 제재 완화에 앞서 비핵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또, 비핵화가 빨리 진척될수록 제재 완화 시점도 빨라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모든 사안은 한미 간 공감과 협의가 있는 가운데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한미 사이에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같이 밝혔다. 청와대와 정부는 강 장관의 발언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더 이상 논란이 확대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도 “강 장관이 본격적으로 제재 해제를 검토한다는 뜻이 아니었다는 점을 밝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