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 칼럼] 미국의 전쟁관 올바로 이해하기

[국제정치 칼럼] 미국의 전쟁관 올바로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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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이 택해왔던 가장 손쉬운 국제정치학적 방법이다.

전쟁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이 택해왔던 가장 손쉬운 국제정치학적 방법이다.

대한민국을 둘러싼 주변강국들에 일제히 스트롱맨들이 집권하면서 날마다 으르렁거리는 판국에 국내의 안보 상황은 어느 때 보다도 위태롭다. ‘궁지에 몰린 북한의 김정은이 미국을 향해 선제공격을 할 수도 있다’ 라는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서 ‘오히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손 봐 줄 것이다’, ‘결국 북미가 대화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까지 펼쳐질 수 있는 거의 모든 시나리오들이 언론을 통해서 마구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각종 전문가들과 언론들의 다채로운 예측들은 국제정치 환경의 본질과 세계질서를 주도해 나가는 패권국 미국의 국제정세관 및 전쟁관에 대한 몰이해로 인해 빗나가는 경우가 많다.

북핵 문제와 우리나라의 안보 문제를 제대로 보고, 이해하고, 대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와 군사적 혈명관계에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전쟁관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미국이 어떤 상황에서 전쟁을 해 왔는지, 얼마나 자주 전쟁을 했는지,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우리가 숙고하지 않고서는 안보위기에서 올바른 방향의 정책을 펼치기가 요원하다.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북핵 문제와 안보 위기를 타개해 나가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지만 국제 정치의 현실은 늘 슬프고 냉혹하고 비정한 법이기 때문에 정세 파악과 상황 판단을 무엇보다 잘 해야한다. 이는 비겁한 눈치 작전이 아니다. 국가의 안보는 사람의 목숨으로 치면 생명과도 같기 때문에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국제정치 현실을 제대로 통찰해야 한다.

그렇다면 미국은 전쟁을 어떻게 생각하는 나라일까?

국내의 언론들은 북한의 김정은이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주고 받는 설전에 주목하는 경향이 유독 심하다. 둘이서 심각하게 치고 받고 싸울 때는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되었다’며 난리법석을 떨지만 최근처럼 김정은이 숨어 있거나 잠잠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불쑥 ‘한반도 평화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는 틀린 보도라고 봐야한다. 정치 지도자들끼리 주고 받는 말 한마디로 위기냐 아니냐를 판단할 수는 없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완성해나가는 이상 한반도의 위기는 늘 현재진행형이다. 말하자면 어제보다는 오늘이 위기고, 오늘보다는 내일이 위기인 것이다. 평화 협상을 한다고 해서 위기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진짜 위기가 끝나는 날은 미국이 북한을 폭격해서 핵무기를 해제시키는 날 혹은 북한이 스스로 핵무기를 포기하는 날이다.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자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을 가르치고 있는 대한민국 국제정치분야의 거장 ‘이춘근’교수는 미국의 전쟁관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생각보다 전쟁 결정을 쉽게 하는 나라다. 전쟁은 미국이 선택해왔던 가장 쉬운 국제정치학적 방법이라고 했다.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국제정치 환경에서는 원래 힘이 강한 나라일수록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수월하다. 미국인들의 가장 궁극적인 목적은 언제나 평화이고 전쟁은 평화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기 때문에 미국은 자신들이 수행하는 전쟁을 도덕성의 잣대로 판단하지 않는다. 따라서 미국은 전쟁에 대해 나른 나라들처럼 도덕적으로 예민한 편이 아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골치아픈 문제’를 해결하려고 침략을 한 것일 뿐이다.

그리고 교수는 미국과 북한의 싸움에 대해 일반적으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의미심장한 이야기도 했다. 국내의 언론들은 미국과북한의 충돌을 ‘강 vs 강의 대결’이다 라고 표현하지만 이는 어림없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에게 하는 것은 전쟁이 아니라 오히려 police action(국제 평화를 위해 하는 국지적 치안 활동, 전쟁보다 수준이 낮은 단계)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맞짱을 뜨기에는 북한이 형편없이 작고 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미국을 선제공격 할 가능성은 1%도 없다고 했다. 김정은도 본인이 미국을 도발하면 곧장 죽는다는 것을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절대 미국을 공격하지 않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미친것처럼 보이는 김정은에게 남아있는 최소한의 합리성이라고 덧붙였다.

건국된 지 240여 년이 된 지금, 미국은 2차 대전을 포함한 12번의 큰 전쟁을 치렀는데 그 중에 무려 10번이 선제공격이었다. 미국은 대부분의 경우 전쟁을 먼저 시작했던 나라다.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전쟁을 통해서 이루어진 나라이고 필요할 경우 전쟁을 자연스러운 평화의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교수는 미국인들의 전쟁관이 어떠한가를 보여주는 한 가지 재미있는 설문조사가 있다고 했다.

‘국가이익과 정의실현을 위해 자기나라가 적에게 선제공격을 해도 되느냐?’라는 질문을 했을 때 국민의 80%가 ‘그렇다’라고 대답하는 유일한 나라가 미국이라고 했다. 유럽에서 동일한 설문조사를 할 경우 대략 20%가 ‘그렇다’라고 대답하며, 선제공격을 유독 죄악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한국의 경우 ‘그렇다’라고 대답하는 비율이 10%도 안 나올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전쟁이 터지면 젊은이들이 가장 앞장서서 전선으로 달려가는 나라다. 625때 생전 들어본 적도 가 본적도 없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3만 5천의 젊은 미군들이 피를 흘렸고, 이라크 전 때도 많은 미국의 아들들이 기꺼이 죽음을 택했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가급적 피하는 방법을 택한다. 중앙권위체가 없는 아나키(무정부) 상태인 국제환경에서는 이처럼 피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험난한 야생에서 하루하루 치열하게 생존해가는 동물들의 삶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야생에서 적과 싸우다가 치명적인 부상을 입으면 자신의 생명에 직격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맹수들은 잘 싸우지 않는다. 그러나 국제질서를 이끌어가는 미국의 대원칙은 ‘위협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은 늘 싸우는 방법을 택한다. 과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를 침공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 미국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사람들은 ‘미국 너무 한 거 아니냐?’ 라고 반문했지만 유명한 국제정치 학자들은 부시 대통령이 택했던 방법이야말로 미국의 전쟁 전통에 가장 부합하는 행동이었다고 평가한 적 있다.

따라서 미국과 군사적 동맹을 맺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이러한 전쟁사와 전쟁관에 대해 깊이있게 이해해야 한다.

물론 싸우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돈을 주고 구걸하는 비겁한 평화보다는 전쟁이 나을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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