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대우를 받고 싶어요” 인권 없는 유학생 아르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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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12만 명 시대, 외국인 유학생 피해 급증
교육부에 따르면, 국내 유학생 수는 지난 2010년 8만 명을 뛰어넘어 2015년에는 9만 명에 다다랐다. 올해 외국인 유학생 수는 무려 12만 명이 넘는다.
취업난 속에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는 국내 청년들의 숫자 또한 늘고 있다. 국외 유학생 수를 살펴보면 2015년 21만 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2017년 23만 명으로 전년보다 7% 증가했다. 올해 국내 청년들이 가장 많이 유학 장소로 선택한 상위 4개국은 중국, 미국에 이어 호주가 1만 9770명으로 3위, 일본이 1만 5457명으로 4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국내외 유학생들이 늘어나면서, 덩달아 유학생 노동 착취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충당하는 유학생들 대부분이 최저임금제도를 적용받지 못하고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유학생 노동 착취 문제 ‘심각’
#1. 중국 대련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A군(24)은 한국의 고깃집에서 하루 7시간, 주 4일씩 일한다. 그가 받는 시급은 법률상 최저시급인 6470원에 미치지 못하는 5500원에 불과하다. 그와 같이 일하는 베트남 친구들은 이보다 더 낮은 5000원, 4500원씩 받고 있다고 했다.
A군은 한국에서 일을 구하기 가장 어려운 이유로 한국어 구사능력을 꼽았다. 그는 “언어가 능통한 중국인 친구들은 최대 6000원 정도 받고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5500원도 받지 못한다”며 “마음 같아서는 한국인들과 같은 조건에서 일을 하고 싶지만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어 상대적으로 한국어 구사에 제약이 적은 편의점, 식당, 화장품 가게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에게 임금체불에 관한 구제 방법에 대해 알고 있냐고 묻자 “구체적인 방법도 모르고 시도해본 적도 없다”며 “유학생들 대부분은 시간제 취업 활동을 위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 구제 신청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2. 태국에서 온 B양은 한국의 화장품 가게와 대기업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다. 대기업에서 통역업무로 일을 할 당시에는 금전적인 문제는 전혀 없었으며 오히려 최저시급을 웃도는 좋은 조건에서 일을 했다. 그러나 화장품 가게에서 근무할 당시 B양은 최저시급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일을 했다. 그는 “부당한 조건임을 인지했지만 외국인으로서 한국에서 일을 구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어쩔 수 없이 일을 지속했다”고 밝혔다.
부당한 임금에 대한 구제방안을 신청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 묻자 “구제방안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노동 관련 법에 대한 지식이 없다 보니 어떻게 신고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주변 친구들 역시 시간도 오래 걸리고 어떤 곳에 신고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또 어렵게 잡은 일자리를 포기할 수 없어서 신청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대 안고 떠났지만.. 한국인 아시안이라 차별 받는 유학생들
#3. C양은 호주의 한인식당에서 일하며 호주의 법정 최저시급인 시간당 $18.29에 못 미치는 $15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 영어가 안 되는 상태로 유학을 온 아시아계 여학생의 경우, 현지인이 운영하는 식당, 카페 등에 취업하기 어려워 한인 식당에서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영어를 잘하는 유럽권 학생들에게 밀리는 경우도 많다. 현지인이 운영하는 식당은 최저시급 보장, 연금 등 호주 현지인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고 일을 할 수 있지만 보통의 한인식당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급여를 받고 이것마저도 수요가 넘쳐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C양은 1년에 한 번 꼴로 한인뉴스를 통해 불법고용형태의 한인식당에 고액의 벌금은 부과했다는 소식을 듣고 있지만, 스스로 구제를 요청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구제를 받을 경우 추후에 일한 시간에 상응하는 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당장 지금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요리학교를 다니고 있는 C양은 입학 조건에 영어 성적이 크게 중요하지 않아서 영어를 준비하고 오지 않아 지금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반 대학교나 석/박사 과정을 공부하러 온 한국 유학생들은 현지인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그녀는 “언어능력에 따라 일자리 또한 천지차이”라며 “영어 구사능력이 일자리 구직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4. 호주 시드니에서 유학 생활을 하는 D양은 3년째 대학 생활과 동시에 콜센터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녀는 고객 만족 센터에서 주 4회 4시간씩 일을 하고 있다. D양은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 고객까지 응대가 가능해 정당한 임금을 받고 있다. 또 고객에게 칭찬 레터를 받으면 인센티브 급여도 따로 받는다. 현재 일의 만족도에 대해 그녀는 “타 한국 유학생들에 비해 좋은 대우를 받으며,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답했다.
호주 내 한국 유학생들의 구직현황이나 근무 환경에 대한 질문에 그녀는 “언어에 어려움을 느끼는 유학생들은 애초에 지원 가능한 자리도 별로 없을 뿐더러, 설사 일을 구했다 해도 일 하는 동안에 받는 차별과 각종 무시에 다들 오래 버티지 못한다”고 답했다.
그녀는 “콜센터는 얼굴이 드러나지 않아 인격적 모독이나 인종 차별에는 노출이 적어 비교적 수월하게 일할 수 있지만, 많은 한국 유학생들이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싶어도 자유로운 영어 구사능력이 받쳐 주지 않는다면 쉽게 용기내기 어렵다”며 “때문에 영어를 배우러 온 유학생들은 본인이 준비해 간 돈으로 버티거나,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며 영어 실력 향상에 주력을 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D양에게 임금 체불에 관한 구제 방법을 알고 있는지에 대해 묻자, “임금 체불은 없었지만, 실제로 많은 한인 유학생들이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일하거나, 알아듣기 어렵게 말하거나 말 바꾸기 식으로 온전한 페이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주로 아시아 국가에서 온 유학생들이 이와 비슷한 차별을 받는다고 답했고, 이 경우 대다수의 한인 유학생들이 결국 아르바이트를 포기한다고 전했다.
D양은 호주에서 위의 사례와 같은 피해 사실이 많은 이유에 대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인종 차별’을 꼽았다. 특히 한인 유학생들이 많이 하는 펍 서빙, 패밀리 레스토랑 아르바이트의 경우 “사장이 나이가 많고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인종차별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유학 온 지 얼마 안 된 한인 유학생들을 일부러 채용해 이를 악용, 인건비를 줄이려고 하는 가게업주도 몇몇 있다”며 호주 내 인종차별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당 대우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언어 능력에 따라 일자리도 양극화
한국어 구사에 능한 영미권 유학생 또는 아시아 출신이라도 영어에 능숙하면 대기업, 대형 면세점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고 고용계약서 및 세금 등 올바른 절차를 통한 고용과 복지가 이뤄지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한국어 구사 능력이 업무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편의점, 식당 등의 경우는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주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한국어 구사 능력에 따라 같은 일자리에서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등의 경우도 빈번했다.
중국과 아시아계 국내 여행객이 늘어나는 추세와 함께 같은 국가에서 온 유학생들의 통역 아르바이트의 수요도 늘었지만 비공식적인 채용과 적은 임금은 또 다른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성형외과에서도 암암리에 외국 환자들의 통역을 위한 유학생들의 명단과 연락처를 공유하고 있고 적은 임금으로 통역을 맡기기도 한다는 정보도 있었다.
해외 한국인 유학생의 경우도 마찬가지. 영어 구사에 자유로운 학생의 경우 현지에서 정식적으로 채용되어 보장된 임금 이상의 조건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선택의 폭이 넓었다. 반면 영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채로 유학을 온 경우 한인식당이나 한인이 운영하는 업종에서 일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들은 보장된 최저임금을 밑도는 조건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정식적인 고용형태를 띠지 못해, 근무 중 입은 부상이나 복지를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에겐 어려운 ‘시간제 취업 허가서’ 발급
국내에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이러한 부당 대우를 받는 데는 까다로운 ‘시간제 취업 허가서’ 발급 절차가 한몫 하고 있다.
현행법상 유학 비자를 소지한 외국인 유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려면 해당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시간제 취업 활동을 위한 신청서와 여권, 재학증명서, 추천서 등을 제출한 뒤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허가서를 받으면 근로 시간이 주당 25시간 이내로 제한되기 때문에 이를 알면서도 허가를 받지 않고 일자리를 구하는 경우가 많다. 또 전공과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인정되는 직종 또는 일시적인 연구활동이나 사회통념상 학생이 통상적으로 행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직종이라는 한정적 범위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밖에 없는 등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
또 추천서에는 지도교수와 고용주, 해당 대학의 유학생 담당자의 확인이 필요한데, 특히 고용주는 사업자등록번호와 급여 등 세세한 목록까지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추천서 작성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이러한 까다로운 절차와 근로시간의 제한 등의 이유로 인해 허가서를 발급받지 않고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 유학생들은 고용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제도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외국인이더라도 내국인과 같은 근로기준법 적용돼
그렇다면 만약 우리나라에서 유학생 비자인 D2비자로 입국한 유학생이 법무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임금체불을 당했을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될까.
아르바이트 임금이 계약과 다르거나 늦게 지급되어 체불임금을 받기 위해 노동부에 진정할 경우, 외국인이라고 해도 노동청에 신고하면 내국인과 똑같은 조치를 받을 수 있다. 취업 자격이 없는 외국인의 고용에도 저임금을 포함한 근로기준법을 적용 받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 유학생이 법무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일한 것에 대해서는 법무부가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부과해야 할 일이며, 고용주는 이와 별도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사업주는 불법고용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도 처벌받을 수 있다. 출입국관리법 제 94조 9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 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더불어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의 국적, 신앙 등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실적인 제도 개선 시급
정부는 국내 유학생들의 노동 착취에 대한 해결책으로 취업허가서를 발급해주고 있지만, 위에서 보았듯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많이 드러난 실정이다. 앞으로 외국인 유학생이 더욱 늘어날 전망인 만큼, 이에 대한 현실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유학생들은 한국어에 서툴고 노동 관련 법에 대한 지식이 없다 보니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신고조차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해결 방안으로는 먼저 까다로운 취업허가서의 절차를 간소화하고, 근무시간을 늘리는 등 현실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취업허가서를 받아서 일을 합법적으로 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고용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제도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시나 학교 차원에서 유학생들에게 취업허가서, 한국 생활법률 등을 교육하는 자리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이를 통해 유학생들이 올바른 유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다. 유학생이 고용주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계약과 다른 임금을 지급받게 될 경우, 노동청에 신고하면 내국인과 같은 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교육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고용주들의 최저 임금 미지급 관행이 해소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해당 법을 위반한 고용주에 대한 벌금을 올리는 등의 방안이 있을 것이다.
해외로 떠나는 유학생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해당 나라의 언어와 노동 관련 법을 숙지한 후 일자리를 구하면 부당한 대우를 받는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 변종범 강지효 이지현 최학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