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 개는 안 물어요? 동물보호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사람 목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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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그는 원래 영국 출신의 견종이다. 황소를 잡는 투견용으로 만든 마스티프 교배종이다. ‘황소 잡는 개(bulldog)’라는 이름에 걸맞게 몸집이 엄청나게 컸다.
불도그는 19c 전반기까지 영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불베이팅(bull baiting)’이라는 경기에 참여했는데 흥미거리로 즐기는 오락 치고는 경기 내용이 상당히 잔인했다. 덩치 큰 황소의 코에 고춧가루를 묻힌 다음 10m 정도만 움직일 수 있도록 황소를 말뚝에 고정시켰다. 그 다음 불도그 30마리 가량을 경기장에 풀어놓아 황소에게 달려들도록 했다. 황소는 달려드는 불도그들을 꽤 간단하게 해치웠다. 그러나 집요하게 코를 물고 늘어지는 불도그들의 공격이 장시간 이어지면 황소는 이내 쓰러졌다. 이렇게 황소가 쓰러질 때까지 불도그들로 하여금 황소를 공격하도록 하는 게임이 ‘불베이팅(소곯리기 : 개를 부추겨 황소를 성나게 하는 영국의 옛 놀이)이었다. 불베이팅이 1835년 영국 정부에 의해 불법으로 지정됨에 따라 집에서 기르는 반려견으로 변신한 것이 바로 오늘날의 불도그다.
황소에게 거침 없이 달려들 정도의 야생성을 가졌던 불도그는 테리어와 퍼그 등과의 교배를 통해 몸집도 작아지고 성격도 순해진 애완견의 모습으로 인간사회에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처진 볼 살과 납작하고 귀여운 외모로 사람들에게 인기 만점인 불도그는 몸높이가 30-35cm, 몸무게가 23-25kg 정도인 중형견이다. 불도그는 침착하고 온순한 성격을 가진데다 용맹스럽기도 해서 주인에게 매우 충실한 개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불도그에게는 여전히 거친 야생성과 투견의 피가 흐른다. 애완견으로 변모한 불도그가 온순하다고 해서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어릴 때 어떻게 양육받고 교육받았느냐에 따라 위험성은 천차만별이다. 주인에게 충성스러운 개라고 해서 타인에게까지 그럴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잘못이다. 흔히 견주들은 자신들의 개를 맹신하며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고 말하곤 하는데 이는 위험천만한 태도이다.
얼마 전 한일관 대표를 물어 사망에 이르게 한 개도 프렌치불도그다. 작년 한 해 동안 개한테 물려 피해를 입은 사람만 2000명이 넘었다는 통계가 있다. 국내에서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의 수가 1000만을 넘었다는 사실과 국내외적으로 동물의 권리 보호를 주장하는 단체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선진화되어 가고 있다는 청신호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반려동물이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가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 또한 묵과해서는 안 된다.
개는 그저 본능에 충실한 동물일 뿐이다. 사람을 문 개에게 악하다고 손가락질을 하는 것은 웃긴 일이다. 그렇다면 개를 키우는 견주의 인식부터 바뀔 필요가 있다. ‘우리 개는 안 문다’라는 인식 대신 ‘내가 키우는 개도 언제든지 다른 사람을 물 수 있다’는 자각을 가져야 한다. 개를 산책시킬 때는 배변을 즉각 치우고, 반드시 목줄을 착용시킨 다음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이와 함께 맹견에 관한 관련법 제정도 검토할 때가 되었다. 선진국의 경우 맹견의 반입 및 판매를 금지하거나 맹견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도록 해 놓은 경우가 많다. 내 반려견을 예뻐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다. 동물이 사람 목숨보다 우선할 수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