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가을야구에 초대받은 롯데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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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가 경기를 치르지 않고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
9월 2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펼쳐진 삼성 VS LG의 경기에서 삼성이 LG에 8-4로 승리함에 따라 4위 롯데(75승 2무 62패)는 7위 LG(65승3무67)와의 승차를 7.5 경기로 벌리면서 자동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
LG가 잔여경기 9게임을 모두 이기고, 6위 넥센 역시 잔여경기 4게임을 모두 승리하며, 동시에 롯데가 잔여경기 5경기에서 전패한다고 해도 순위를 뒤집을 수는 없기 때문에 롯데는 최소 5위를 확보하게 된 셈.
이로써 롯데는 2012시즌 이후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제2의 암흑기로 접어들었지만 5시즌 만에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전반기까지만 해도 롯데에 대해서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다’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전반기 롯데 야구는 형편없었다. 선발진에서는 영건 에이스 박세웅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줬고, 베테랑 송승준이 꾸역꾸역 버텨주었지만 에디튼, 레일리 용병 듀오가 시원찮은 모습을 보이며 마운드 불안이 계속되었다. 타선에서는 6년만에 롯데로 복귀한 이대호가 분전했지만 최준석, 이대호, 강민호 등 발 느린 선수들이 중심타선에서 너무 많은 병살타를 치는 바람에 기동력 야구가 전혀 되지 않았다. 그렇게 롯데는 전반기를 5할 승률에도 못 미치는 7위(41승 1무 44패)로 마무리했다.
후반기에 들어서자 롯데는 완전 다른팀이 됐다. 올스타 휴식 기간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질 정도로 롯데는 180도 바뀐 경기력을 연일 선보였다.
무엇보다 박세웅, 송승준 말고는 믿을 투수가 없던 선발진이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우선, 전반기 때 주춤했던 레일리가 2군 조정 기간을 거친 후 후반기 팀을 이끄는 에이스로 등극했다. 레일리는 후반기에만 6승, 평균자책점 2.88, 9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레일리가 나오는 날은 이길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팀에 안겨줬다. 그는 현재 12승을 거두며 팀내 다승부문 공동1위(박세웅)에 올라있다. 송승준도 11승을 거두며 10승 투수 대열에 합류했다. 후반기에만 6승을 추가한 송승준은 이미 통산 100승을 달성했고, 갈수록 노련한 피칭을 선보이며 든든한 선발진으로 팀에 보탬이 되었다. 게다가 전반기 때 부진한 에디튼을 대신해서 영입한 린드블럼이 ‘린동원’다운 모습을 보이며 마운드의 중심을 잡아준 게 롯데로서는 엄청난 힘이 되었다. 후반기부터 뛰기 시작한 린드블럼은 3승에 그치고 있지만 많은 이닝을 소화해주면서 6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해 불펜의 힘을 덜어주었다.
선발투수만 잘했던 것은 아니다. 전통적으로 불펜이 약했던 롯데였지만 이번시즌 만큼은 불펜의 역할이 컸다. 특히 마무리 손승락은 35세이브를 올리며 리그에서 이 부문 1위에 올라있고, 롯데 역사상 구단 최다 세이브 신기록까지 갈아치웠다. 타팀들이 불펜 방화로 인해 고심하는 동안 롯데는 손승락, 배장호, 박진형, 돌아온 에이스 조정훈까지 제역할을 해주며 마운드 안정화에 기여한 덕분에 후반기 돌풍의 주역이 될 수 있었다.
타선에서는 전준우, 손아섭, 이대호, 강민호 등의 스타선수들이 팀을 이끌었다. 특히 손아섭은 커리어 최초 20-20을 달성했으며 올시즌이 끝난 후 있을 FA계약에서 대박을 예감했다. 6년만에 고향으로 귀환한 빅보이 이대호도 강타자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3할, 30홈런, 100타점을 이미 달성하며 36살의 나이에도 강건함을 과시했다.
또 한명의 공신이 있다면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앤디 번즈다. 주로 2루수로 출전했던 번즈는 눈을 의심케 할 정도의 엄청난 수비력을 보여주었다. 지난 시즌까지 2루 수비력이 딸려 투수들이 애를 먹었던 롯데로서는 번즈라는 영웅의 등장에 환호할 수밖에 없었다. 넓은 수비범위, 강한 어깨, 허슬플레이 등을 겸비한 번즈는 롯데 내야의 핵으로 자리잡으며 투수들의 어깨를 한결 가볍게 해 주었다. 수비형 용병으로 데려온 번즈였지만 타격에서도 어느 정도의 재능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특히 홈 경기에서는 뜨거운 방망이 실력을 뽐내며 홈팬들을 사직으로 불러들이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번즈 본인의 의사만 있다면 롯데는 그와 재계약을 하고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5년 만에 가을잔치에 초대받은 롯데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현재 3위 NC 다이노스와 0.5게임차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내친김에 3위까지 노린다는 심산이다. 정규시즌에서 3위와 4위는 차이가 꽤 크다. 4위를 하게 되면 5위와 와일드카드 전을 치르고 3위와 준플레이오프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불리한 점이 많다. 3위를 하게 되면 준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따놓고 와일드카드전을 보면서 상대를 기다리는 셈.
이대호의 6년만의 귀환, 베테랑 송승준의 부활, 안경 에이스 박세웅의 등장, 왕년 에이스 조정훈의 7년 만의 복귀 등 드라마틱한 요소로 가득 차 있는 2017시즌 롯데 야구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으로 끝날 것인지 벌써부터 롯데팬들은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