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가 느낀 점 23) 본능은 과학적이다

살다가 느낀 점 23) 본능은 과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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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곰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도, 들은 바도 없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는 지금까지 곰을 직접 본 적이 없음은 물론이고, 곰의 사진조차도 본 적 없으며, 곰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다. 그는 큰 산으로 등산을 가다가 생전 처음 거대한 야생곰을 마주쳤다. 이 때 이 사람은 과연 어떻게 행동할까? 곰이 위험한 동물이라는 걸 전혀 모르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고 계속 등산을 할까? 아니면 거대하고 사납게 생긴 동물을 마주치자 본능적으로 몸을 피하거나 도망가게 될까?

실제로 이런 실험을 한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누구도 정답을 알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내 생각에는 이 사람이 위험을 인지하고 피하고자 하는 본능이 발동해 부리나케 도망칠 것 같다. 그리고 이 경우 그가 본능대로 도망치는 행동은 결과적으로 옳은 판단이다.

흔히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라고 한다. 맞는 말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본능대로 행동하는 게 옳을 때도 많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본능은 동물적이고 비과학적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 본능은 꽤나 과학적이라고 한다. 인간이 가진 본능은 여러 대에 걸쳐 DNA를 통해 유전이 되어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조상이 위험한 것으로 인식했던 것을 후대도 자연스럽게 위험한 것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고도로 발달된 정보화 사회의 문명 속에서 인간이 본능대로 행동할 수 있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대부분은 이미 주어진 정보를 토대로 저울질도 해보고, 충분히 심사숙고한 뒤에 행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능에 의지해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은 여전히 있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갔는데 첫인상이 본능적으로 너무 안 좋게 느껴진다면 그 회사는 다니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보자마자 특정한 사람에 대한 인상이 유독 부정적으로 느껴진다면 실제로도 거르는 게 좋다. 남들은 뜯어말려도 내가 정말 도전하거나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마음의 본능을 믿고 해 보는 게 훨씬 더 좋다고 본다.

특히 본능 중에 위험을 감지하고 벗어나고자 하는 본능만큼은 과학이라고 봐도 좋다. 일단 뭔가 쎄한 느낌이 들면 그게 무엇이든지 피하는 게 상책이다. 위험을 피해서 손해볼 건 전혀 없다. 인간의 뇌는 불확실한 위험에게서 어떻게든 벗어나서 생존하도록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애매하거나 불확실 할 때는 본능을 믿어보자. 본능대로 해서 손해 볼 일은 생각보다 많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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