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가 느낀 점 ⑭ 관계를 반드시 정의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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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애매한 것을 싫어하고 명쾌한 것을 좋아한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부모-자식 관계, 형제 관계, 자매 관계, 친구 관계, 선후배관계, 연인관계, 부부관계 등 이미 고착된 관계는 정답이 나와있으므로 명쾌하다. 하지만 정의내리기 애매한 관계라면 어떨까?
우리는 사회 속에서 정의하기 힘든 많은 관계 속에 얽혀있다. 동네 이웃, 단골 식당 사장님, 직장 동료, 이성 친구, 때로는 한 두 다리 건너서 아는 관계도 있다. 이런 관계의 특징들은 뭐라고 정의내리기 힘든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나는 과연 저 사람과 얼마나 가까운 걸까?’ ‘저 사람과 나는 어느 대화까지 서로 주고받을 수 있을까?’ ‘저 사람과 나의 관계는 언제든지 깨질 수 있는 걸까 아니면 오래 지속될까?’ 이런 생각들이 머리에 맴돈다.
관계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정의내리기 좋아한다. 관계를 정의해야 속이 시원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가장 잦은 경우는 아마도 썸 타는 관계일 것이다. “오빠!, 오빠랑 나는 무슨 관계야?” 이런 말이 괜히 유행했던 게 아니다. 이성 관계는 빨리빨리 정의해서 답을 내리고 싶은 게 사람 심리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 내가 느낀 점은 ‘애매한 관계는 애매한 상태 그대로 두라’는 것이다. 급하게 관계를 정의하려다가 그동안 쌓아왔던 관계가 깨지는 경우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관계는 물의 흐름과 같아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내버려둬야 한다. 인연이 아닌 사람을 억지로 잡을 필요도 없고, 꼭 그 사람과 나의 관계를 한마디 말로 명확하게 정의내릴 수도 없다. 애매한 관계라고 생각 드는 사람이 있으면 애매한 상태 그대로 두는 게 베스트다.
사실, 내가 애매하다고 생각했던 관계가 실제로는 애매한 관계가 아닐 수도 있다. 한마디로 정의내리기 힘든 관계면 또 어떤가? 지금껏 해왔던 대로 앞으로 해 나가면 된다. 관계를 억지로 정의내리려는 시도의 끝은 대부분 좋지 못하다. 썸을 타는 애매한 관계가 있다고 해보자. 물 흐르릇이 두 사람 마음이 계속 일치하고, 서로에 대한 호감이 쌓이면 그 관계는 자연스럽게 연인으로 발전할 것이다. 물이 최대한 많이 흘러서 더이상 갈 곳이 없도록 내버려 두는 게 상책이다. 중간에 그 흐름을 끊으려 하면 일을 망친다. 인간관계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대로 되도록 내버려 두자. 인간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