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달라졌다… 모바일·B2B 등 과감한 M&A 통해 경쟁력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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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 하의 삼성전자가 지난해 5월 이후 8개 해외 기업을 사들이며 인수합병(M&A)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7년부터 약 8년 동안 22개의 기업만 인수했는데, 이 중 36.3%에 달하는 8개 기업을 최근 10개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인수했다.
최근 들어서는 거의 한 달에 한 개꼴로 기업 사냥에 나선 것이다. 특히 루프페이를 인수한 지 불과 2주만에 또 다시 한 건의 M&A를 성사시켰다. 이에 앞서 나흘 간격으로 해외 기업을 사냥하기도 했었다. 이는 앞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M&A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과거에는 해외 시장에서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는 성격의 M&A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M&A가 모바일과 B2B(기업간거래) 분야에 집중되고 있어, 자체적인 기술 개발보다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M&A를 통해 미래의 먹거리를 해결해가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5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투병에 들어간 뒤 경영 전면에 나선 이 부회장이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삼성전자의 색깔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는 평가다. 그래서 “삼성전자가 빠르게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4일 미국의 LED(발광다이오드) 상업용 디스플레이(디지털 사이니지) 전문업체 예스코 일렉트로닉스를 인수했다. 예스코 일렉트로닉스는 런던 피카딜리 광장의 대형 광고판과 미국 라스베이거스 윈·코스모폴리탄·아리아 호텔 옥외광고판 등을 제작해 상업용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기업이다.
예스코일렉트로닉스 인수 소식이 전해진 후 재계에서는 “마치 복잡한 퍼즐을 짜 맞추고 있는 것 같다”, “삼성전자가 M&A에 소극적이라는 건 이제 옛말이다”는 말이 나왔다.
요즘 디지털 광고판은 스마트폰과 연동해 소비자들이 직접 정보를 주고 받는 쌍방향 소통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올해 글로벌 상업용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는 52억2714만 달러(약 5조6450억 원)로 추산되고 있고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석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전무는 “LED 상업용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성장성이 높다”며 “이번 인수로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에게 차별화 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10년 이전만 해도 해외시장에서 취약한 유통망을 확충하거나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가전과 반도체 등 전통적인 사업 영역에서만 M&A를 시도했지만 2011년 이후에는 연구개발(R&D)을 강화하기 위해 기술력이 검증된 강소기업을 사들이거나 미개척된 신성장 사업 분야를 뚫기 위해 M&A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의 M&A 전략이 지난 2011년 4월 의료기기 업체 ‘메디슨’을 인수한 것을 기점으로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에는 모바일과 B2B 쪽에 M&A를 집중하는 모습이다. 먼저 삼성전자는 모바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5월 비디오 관련 앱 서비스 개발업체인 미국의 ‘셀비’를 인수(모바일 소프트웨어 콘텐츠 확보)하고 지난해 11월 미국의 빅데이터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서버용 SSD 캐싱 소프트웨어 전문업체) ‘프록시멀테이더’를 인수(3차원 V낸드를 기반으로 한 SSD 사업 확대)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모바일 결제 솔루션업체 ‘루프페이’를 인수했다(모바일금융, 핀테크 경쟁력 확보). 특히 루프페이를 기반으로 한 삼성페이는 신제품인 갤럭시S6에 탑재돼 호평을 받고 있다. 성공적인, 최적의 M&A였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첫 M&A 작품인 브라질 프린팅솔루션 전문업체 ‘심프레스 코메르시우'(브라질 통합문서 출력관리 서비스 전문업체)와 이번에 인수한 ‘예스코 일렉트로닉스’는 B2B 사업 강화를 위한 포석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8월에는 북미 지역에서 500여개 유통망을 거느린 공조(시스템 에어콘)전문 유통회사 ‘콰이어트 사이드’, 그리고 지난해 9월에는 캐나다의 모바일 클라우드 솔루션 전문업체 ‘프린터온’을 인수했었는데, 모두 새 B2B 고객 확보를 위한 M&A였다. 기존 시장에서 거래처가 탄탄한 B2B 업체를 인수하게 되면 새 고객 확보에 훨씬 용이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이렇게 확보한 B2B 업체들의 기술을 제품에 적용하면서 사실상 B2B 인수가 기업과 소비자간(B2C) 사업을 강화하는 쪽으로 연결되는 ‘B2B2C’ 전략으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B2B 기업들이 갖고 있는 기술로 IT 및 가전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들에 대한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 8월 삼성전자는 미국의 사물인터넷(IoT) 개방형 플랫폼 개발업체 ‘스마트싱스’를 인수했는데, 이 기술이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인 생활가전(TV,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프린터 등)에서 구현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최근 일련의 M&A를 주도하며 B2B와 B2C의 경계를 허무는 전략으로 삼성전자의 체질을 바꾸고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업을 인수하면서 B2B나 B2C를 따로 분리시켜 진행하지 않는다”며 “M&A는 유기적으로 연결 될 수 밖에 없는 B2B나 B2C를 모두 고려하기 때문에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부터 스마트폰, TV, 생활가전 등 삼성전자 제품 모두에 골고루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동안의 M&A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이재용虎 삼성전자’는 전통의 기업보다 작더라도 참신한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갖춘 ‘강소기업’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고, 복잡한 퍼즐을 맞추듯 다양한 기업들의 기술력을 조합해 ‘큰 그림’을 완성시켜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의 M&A 행보에 대해 “사업이 다각화되고 글로벌 시장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해외 업체 인수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